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유럽이 미국의 '속국'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럽이 미국의 속국이 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유럽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우리 동맹국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전날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질서 '쇄신' 비전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뮌헨 연설에서 "서구 문명"이 대규모 이민과 문화·산업적 쇠퇴로 "소멸" 위기에 처했다며 유럽이 트럼프와 함께 이를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뮌헨 회의를 마친 뒤 트럼프의 가장 확고한 유럽 우파 동맹국들을 순방하고 있다. 그는 슬로바키아 로베르트 피초 총리와 회담했으며, 17일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해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피초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가 중부 유럽과의 관계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서양 관계가 격동하는 시기에 "강한 유럽"을 갖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더 독립적인 유럽을 위협으로 느낄 것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피초 총리는 트럼프와 유사한 우파 민족주의 노선을 추구하며 트럼프의 MAGA 운동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유럽 외교관들을 인용해 피초 총리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방문 당시 트럼프의 정신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으나, 워싱턴과 브라티슬라바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피초 총리는 마러라고 회동 후 트럼프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극히 중요한" 논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와 100km 국경을 접하고 있다. 피초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법"을 "이성적이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분쟁이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매우 치명적이고 유혈이 낭자하며 대단히 큰 비용이 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돕는 것이 미국의 역할"이라며 피초 총리의 발언을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후 부다페스트로 출발했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재집권 이후 가장 힘겨운 선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는 4월 12일 총선을 앞두고 오르반을 "강하고 힘 있는 사람"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여론조사에서 오르반의 피데스당은 페테르 머저르가 이끄는 야당 티사당에 뒤지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매수된 가짜 시민단체, 언론인, 판사, 정치인들"에 맞선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수사는 종종 트럼프와 메아리치며, 자신을 트럼프 MAGA 운동의 유럽 친구로 자처해왔다.

많은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오르반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 LGBTQ 권리에 대한 저항, "젠더 이데올로기"와의 전쟁을 찬양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의 '평화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백악관 방문 당시 오르반은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에 대한 미국 제재 면제를 헝가리에 확보했다.

조 바이든 전 민주당 대통령은 오르반과 더 적대적인 관계였다. 바이든은 오르반이 독립 언론을 재갈 물리는 등 헝가리에서 "독재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에도 크레믈린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은 러시아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 결정을 둘러싸고 유럽연합과 대치 상황에 놓여 있다.

워싱턴은 두 우파 동맹국과 에너지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브라티슬라바에서 에너지 문제를 논의했으며, 부다페스트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