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동 연구팀이 닭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하며 진화하는 유전적 비밀을 풀어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와 미국 농무부(USDA) 공동 연구팀은 3일(현지시간) 닭 마렉병 바이러스의 독성을 강화하는 유전자 변이 10개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마렉병은 전염성이 높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며 감염된 닭에게 종양과 마비를 일으킨다.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지만, 가금류 농장 전체로 빠르게 확산해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1970년대부터 백신이 널리 보급됐지만, 일부 바이러스 변종은 독성을 키우며 백신의 방어 체계를 뚫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연구팀은 이 진화의 원인을 찾기 위해 1962년부터 2016년까지 수집된 65종의 마렉병 바이러스 유전체 전체를 분석했다. 바이러스들은 독성 수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을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바이러스의 독성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독성과 관련된 10개의 유전체 영역을 발견했다.

알레한드로 오르티가스-바스케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원은 "가장 독성이 강한 변종들은 모두 공통의 조상을 가졌다"며 "이는 특정 돌연변이가 백신 회피 능력의 원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DNA의 특정 구간이 복제되는 '직렬 반복' 형태의 변이가 독성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모리아 스파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바이러스의 진화를 막을 수 있는 차세대 백신 설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되는 가장 효과적인 백신조차 회피하는 '초고병원성' 변종 출현이 보고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