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포도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노균병균이 유전자를 끊임없이 복제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포도의 저항성을 무력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 농업과학원 식물보호연구소 주도 공동 연구팀은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원예 연구'(Horticulture Research)에 포도 노균병균의 고품질 유전체(게놈)를 완전 해독해 이 같은 적응 기작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포도 노균병균 '플라스모파라 비티콜라'는 살균제에 빠르게 내성을 키우고 저항성 포도 품종을 반복적으로 감염시키는 등 뛰어난 적응 능력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복잡한 게놈 구조 탓에 그 원인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팀은 최신 롱리드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유럽종 포도와 동아시아 야생 포도에서 각각 채취한 노균병균의 전체 게놈을 염색체 단위로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파편화된 게놈 정보와 비교해 완성도를 크게 높인 것이다.
분석 결과, 병원균이 숙주 식물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이펙터 유전자'의 약 90%가 특정 위치에 복제된 유전자 클러스터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들은 염색체 내에서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고 특정 구역에 집중됐다.
특히 유전자 역위, 중복 등 '구조 변이'가 이펙터 유전자를 다양화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연구팀은 "병원균의 게놈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라며 "구조 변이가 특정 지점에서 유전자의 복제, 삭제, 재조합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핫스팟'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균주를 비교한 결과, 한 균주(PvH)가 다른 균주(PvS)보다 이펙터 유전자를 1.4배 더 많이 보유하는 등 같은 종임에도 공격 무기고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노균병균이 새로운 저항성 품종에 어떻게 적응할지 예측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방제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정 구조 변이와 병원성의 연관성을 파악해 새로운 살균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