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인 분자 전자소자를 손상 없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MIT 연구팀은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반도체 공정과 분자 단위의 자가 조립 기술을 결합해 분자 소재의 손상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분자는 차세대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작은 구성 요소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나 공정 방식은 섬세한 분자 구조를 쉽게 손상시켜 상용화에 걸림돌이 됐다.

연구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단계 접근법을 고안했다. 먼저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 소자의 주요 부품을 제작한 뒤, 분자 물질을 투입하고 나노미터(nm) 규모의 표면 장력을 이용해 소자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액체가 증발하며 발생하는 '모세관 힘'이 소자 상부 전극을 부드럽게 끌어당기고, 이후 '판데르발스 힘'이 구조를 안정적으로 고정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미만 두께의 분자층을 가진 전자소자 1000개 이상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된 소자들의 평균 수율은 96%에 달했으며, 수만 번의 전기적 신호에도 성능 저하가 없는 안정성을 보였다.

파르나즈 니루이 MIT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기존 반도체 제조의 확장성과 자가 조립의 정밀성을 결합한 것"이라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구조와 기능을 가진 기능성 소자에 신소재를 통합할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분자 메모리 소자 배열을 만드는 데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기능 컴퓨팅 및 센싱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