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문명 소멸'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카야스 칼라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일부가 말하는 것과 달리 진보적이고 퇴폐적인 유럽은 문명 소멸에 직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칼라스 대표는 "실제로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클럽에 가입하고 싶어 한다"며 "지난해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이 EU 가입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유럽을 겨냥한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유럽의 경제 침체가 "문명 소멸이라는 현실적이고 더 적나라한 전망에 가려졌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유럽이 이민 정책, 출산율 하락, 표현의 자유 검열과 정치적 반대 억압, 국가 정체성 상실과 자신감 결여 등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라스 대표는 "유럽에 대한 공격을 거부한다"며 "우리는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인권을 옹호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사람들에게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비난을 믿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 연설에서 대서양 동맹 시대의 종말이 "우리의 목표도 바람도 아니다"라며 "우리의 집은 서반구에 있지만, 우리는 항상 유럽의 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전날 JD 밴스 부통령이 지난해 같은 회의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강하게 질책했던 것에 비해 다소 온건한 어조였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이민, 무역, 기후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확고한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럽 정상들도 자신들의 가치를 지킬 것임을 명확히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 "유럽은 우리가 대표하는 활기차고 자유로우며 다양한 사회를 수호해야 한다"며 "외모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스 대표는 루비오 장관의 연설이 미국과 유럽이 계속 얽혀 있을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주제에서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그것을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