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지난 10년간 극심한 정치 불안정으로 경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분석 기사를 통해 "영국의 지난 10년은 정치적 혼돈의 연속이었다"며 "끊임없는 총리 교체와 정책 혼선이 투자 위축과 경제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음 주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일정을 발표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승리하자 캐머런은 사임했고, 후임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의회 장악력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켰다.

이후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되어 "브렉시트를 완수했다"고 선언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기간 중 파티 스캔들로 물러났다. 리즈 트러스는 재임 45일 만에 국채 시장을 붕괴시키고 퇴진했다. 리시 수낵은 혼란을 수습하려 했으나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다.

현재 집권 중인 키어 스타머 총리도 압도적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재정 관리 실패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피터 맨델슨 전 주미 영국대사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가 드러나며 스타머의 입지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캐머런 이후 영국 총리 중 표준 임기를 채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내각 개편, 정보 유출, 정책 번복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배스대학교의 피터 앨런 정치학 교수는 "직업 정치인들이 늘어나면서 영국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당이나 노조, 로비 단체 출신 정치인들은 새로운 사고를 가져오기보다 과거의 싸움을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산업연맹 신임 회장은 지난주 "정부 내 실제 기업 경영 경험을 가진 인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분석가 샘 프리드먼에 따르면 현재 노동당 의원 중 금융업계 출신보다 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출신이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략가 티나 포덤은 "영국 정치 지도자들은 용기와 상상력 대신 점진주의나 책임 전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경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잦은 정치 혼란은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불안정성이 기업 투자와 고용, 계획 수립을 저해하고 있으며 성장 정책을 추진할 정치적 여력을 소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측면의 성장 정책은 장기적 사고와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이 필요하지만, 장관급 인사들이 수시로 바뀌면서 이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 부진은 다시 정치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파운드화와 영국 주식은 다른 선진국 대비 저조한 성과를 냈다. 영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재정 실패로 인한 매도 압력으로 주요 7개국 중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여전히 일부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은 유럽 내 해외직접투자의 주요 목적지이며, 금융·대학 연구·기술·생명과학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저평가된 자산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에드 알후사이니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놀라운 점은 영국 국채가 다른 선진국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위험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룸 피커링 필 헌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경제 충격이 있었고 국민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불안정성은 그에 따른 불가피한 부산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0년은 영국 정치권이 계속해서 이점과 기회를 낭비해 온 시기였다"며 "회전목마가 계속 돌아간다면 글로벌 자본은 영국의 자멸적 성향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