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세일즈포스 등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면서 '사스포칼립스'(SaaS와 종말을 뜻하는 Apocalypse의 합성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최근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고객 서비스팀 전체를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로 대체하겠다고 투자자에게 밝혔다. 벤처캐피털 원웨이벤처스의 렉스 자오 투자자는 이를 두고 "코딩 AI 덕분에 소프트웨어 제작 장벽이 매우 낮아져 '구매' 대신 '자체 구축'을 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테크크런치에 설명했다.

기존 SaaS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직원 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좌석당 과금' 모델에 의존해왔다. 벤처캐피털 F-프라임의 압둘 압디라만 투자자는 "SaaS는 예측 가능한 반복 수익과 높은 확장성 덕분에 가장 매력적인 사업 모델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의 AI 에이전트가 여러 직원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이 수익 모델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는 2024년 말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가 세일즈포스의 주력 고객관계관리(CRM) 제품 대신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가시화됐다. 이후 다른 기업들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등 SaaS 거대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월에는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관련주 시가총액이 약 1조달러(약 1440조원) 가까이 증발하기도 했다.

압디라만 투자자는 "소프트웨어의 종말 가치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것은 역사상 처음일 수 있다"며 "이는 향후 SaaS 기업의 가치 평가 방식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투자자들은 미래 수익을 예측해 SaaS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AI의 발전으로 미래 SaaS 제품 사용률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공포가 일시적인 시장의 과잉 반응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645벤처스의 아론 홀리데이 매니징 파트너는 "이는 SaaS의 종말이 아니라 기존 산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기존 SaaS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은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 기반' 모델이나 AI의 성과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성과 기반'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시에라(Sierra)가 대표적이다. 시에라는 성과 기반 모델을 도입해 2년도 안 돼 연간반복수익(ARR) 1억달러(약 1440억원)를 달성했다.

'사스포칼립스'의 한파는 비상장 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크런치베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 투자를 받은 SaaS 기업의 기업공개(IPO)는 전무하다. 홀리데이 파트너는 "캔바나 리플링 같은 대형 비상장 SaaS 기업들이 IPO 시장의 변동성과 AI에 대한 높은 기대치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결합하는 형태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홀리데이 파트너는 "기업은 항상 규정 준수, 감사 지원, 워크플로우 관리 등을 제공하는 내구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며 "과대광고가 아닌 펀더멘털, 고객 유지율, 마진 등이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만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