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의 산불 위험을 높이는 기상 조건이 최근 10년간 최대 50%까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 연구팀은 3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 5개국의 1981년부터 2025년까지의 산불 기록과 기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 고온·건조·강풍 등 산불을 촉진하는 날씨의 강도는 1981~2010년 대비 2016~2025년 기간에 최대 50% 증가했다. 산불 위험이 매우 높은 날도 과거 여름철 10일 미만에서 최근 10년간 약 25일로 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유럽연합(EU)이 사상 최악의 산불 시즌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발표됐다. 최근 몇 주간 스페인과 프랑스 전역에서는 12만 헥타르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고, 30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대피 작전이다.
연구팀은 산불 촉진 날씨의 빈도 증가는 엘니뇨 현상을 포함한 대규모 기후 패턴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엘니뇨가 지구 평균 기온을 약 0.2도 높이는 데 비해,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인위적인 기후 변화는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을 1.3~1.5도 상승시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유럽은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오르는,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이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 10년간 연간 산불 발생 건수는 1981~2010년 대비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방대 훈련 개선, 대국민 캠페인 등 산불 관리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산불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예방적 소각'을 제시했다. 이는 통제된 조건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질러 마른 잎이나 작은 나무 등 산불의 '연료'를 미리 제거하는 방식이다. 스탠퍼드대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예방적 소각은 산불의 심각성을 평균 16%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등 환경 단체들은 지속가능한 토지 이용 관리와 생태계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습지와 강은 물을 저장했다가 서서히 방출해 자연적인 방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 댐을 건설해 가뭄에도 식생을 푸르게 유지하는 비버 같은 종을 재도입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