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촉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새로운 대서양 동반자 관계"를 제안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강한 유럽"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협하고 유럽을 "쇠퇴하고 약한" 국가들이라고 비판한 이후 열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5일 연설에서 "유럽은 잠자는 거인"이라며 "미국 방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밝힐 예정이라고 영국 총리실이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것은 유럽만의 경쟁 우위가 아니라 미국의 경쟁 우위이기도 하다"며 "대서양 신뢰를 함께 회복하자"고 말했다. 그는 "강대국 경쟁 시대에 미국조차 홀로 충분히 강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두가 우리를 비판하는 대신 우리를 본받아야 한다"며 유럽을 강력히 옹호했다.

스타머 총리실은 "미국 철수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부담 분담 요구에 완전히 부응하고 우리에게 잘 작용해온 유대를 재건하는 유럽 안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뮌헨에 도착해 15일 연설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와 루비오 장관은 회의에서 만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협상 현황, 군사 지원 등을 논의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의 부대행사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도 만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루비오 장관에게 "대화가 대결보다 낫고 협력이 충돌보다 낫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덴마크와 그린란드 총리와 15분간 만나 그린란드의 미래 주권 문제를 논의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회담을 "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 위협을 강화했고, 유럽 국가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메르츠 총리, 마크롱 대통령,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캐나다, 나토 지도자들은 1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미국 관계자는 루비오 장관이 빡빡한 일정으로 이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뮌헨에서의 많은 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긴밀한 파트너인 중국의 왕이 부장과 러시아 침공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시비하 장관에게 베이징이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공격적인 러시아"를 다루기 위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대화가 의미가 있다면 기꺼이 대화하겠다"면서도 "미국 측과 보듯이 러시아는 아직 진지하게 대화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쟁 종식 협상에 "서두르라"는 압박을 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만나기 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과 함께 뮌헨 인근 드론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미국과 강한 동반자 관계를 갖는 것은 좋지만 유럽은 매우 강한 독립적인 방위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 루테 나토 사무총장은 회의 부대행사에서 유럽이 "나토 내에서 더 많은 리더십 역할을 맡고 자체 방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4년차에 접어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주요 안건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예산 증액 노력도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