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은행 대출업체의 파산이 월가 대형 금융사들을 뒤흔들고 있다. 사기·이중 담보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담보 부족 사태가 드러나면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런던 소재 부동산 담보대출 업체 마켓파이낸셜솔루션스(MFS)가 지난 수요일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파산 담당 판사에 따르면 바클리스는 약 6억 파운드(약 1조800억원),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산하 아틀라스 SP 파트너스는 약 4억 파운드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프리스, 방코 산탄데르, 웰스파고 등 다수 금융사가 MFS와 얽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설립된 MFS는 영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브릿징 론' 전문 업체다. 브릿징 론은 기존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차입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단기 고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 상품이다. MFS는 기관 신용 공여를 통해 약 25억 파운드 규모의 대출 자산을 운용해왔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사기·이중 담보 의혹이다. 이중 담보는 동일 자산을 여러 대출의 담보로 중복 설정하는 행위다. 법원 자료에 따르면 MFS에 12억 파운드를 빌려준 채권단은 담보의 '실질 가치'가 2억3000만 파운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9억3000만 파운드의 담보 부족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런던 베이즈 경영대학원의 안젤라 갈로 교수는 “12억 파운드의 부채에 담보가 2억3000만 파운드뿐이라는 것은 재앙적인 상황”이라며 “상황이 매우 복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이런 거래에서 담보 가치는 대출 원금의 105~120% 수준을 초과한다.
MFS의 붕괴는 은행과 사모대출 시장을 뒤흔든 최근의 신용 충격 사례로, 급성장하는 자산유동화 금융의 위험성을 부각시킨다. 지난해 파산한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과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리콜로의 실패에서도 유사한 이중 담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 금융사들의 대출 심사 기준과 감독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전통적인 은행들이 위험 대출을 회피하면서 비은행 금융사들이 그 틈을 파고들었지만, 허술한 통제와 공격적인 성장이 대형 기관들마저 막대한 손실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