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쟁 경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주요 공업 지역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며 정부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주의 산업협회가 지역 고위 관리에게 보낸 서한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니즈니노브고로드주는 소련 시절부터 주요 방위산업 및 자동차 공장이 밀집한 핵심 공업지대다.

서한에 따르면 이 지역 기업들은 국영기업들의 대금 미지급 문제로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다. 통합조선사(United Shipbuilding Corporation), 로스코스모스(Roscosmos), 로사톰(Rosatom), 로스텍(Rostec) 등 거대 국영기업들이 지불하지 않은 미수금 규모는 1000억 루블(약 1조8720억원)을 넘어섰다.

산업협회는 대금 지급이 늦어져 기업들이 운영 자금을 고금리 대출로 충당하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의 보조금 대출이 중단되면서 기업들은 20%가 넘는 상업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영난은 투자와 생산 급감으로 이어졌다. 협회가 50개 이상의 군수 및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약 70%의 기업이 지난해 투자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민간 기업의 40%는 이익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으며, 신규 수주가 늘었다고 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올해 하반기에 이 지역에서만 약 2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미 일부 주요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등 조치에 들어갔으며,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고 협회는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 경제 전반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이 여파로 러시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전년 4.9%에서 지난해 약 1%로 급락했다.

유럽 정부 관계자들은 니즈니노브고로드의 사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제적 역풍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반면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 연구원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크렘린궁이 중대한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