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개발 속도와 생산량 모두 미국을 압도하며 초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하드웨어 공급망과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서구 경쟁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28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무실의 셀리나 쉬 중국·AI 정책 담당을 인용해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초기 단계에서 속도와 물량 모두 미국 경쟁사를 앞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쿵후 로봇이 춘절 특집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 역시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첫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쉬 담당은 중국의 전기차(EV) 부문을 통해 구축된 센서, 배터리 등 견고한 하드웨어 공급망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반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서구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게 제품을 개선할 수 있다"며 "중국 로봇이 더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신모델 출시도 더 빠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는 지난해 미국의 경쟁사인 피규어(Figure)와 테슬라를 합친 것보다 약 36배 많은 로봇을 출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포브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총 1만3317대에 불과했다. 이 시장은 2035년까지 연평균 두 배 가까이 성장해 26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는 최근 '시연 중심의 관심'에서 '운영 중심의 도입'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갤봇(Galbot)의 율리 자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고객들은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 업무를 덜어줄 수 있는지 묻고 있다"며 "중국의 정책과 산업 전략이 자동화 전환을 장려하고 있어 실용적인 수요가 강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 유입도 중국의 로봇 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감하며 기업가치 약 30억달러(약 4조3200억원)를 인정받았다. 갤봇 역시 최근 3억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가치가 3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아직 과제로 남았다. 쉬 담당은 "하드웨어는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지만, 로봇의 두뇌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엔비디아의 오린 칩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학습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편 미국과 일본 등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파운데이션(Foundation)은 2027년 말까지 5만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을 목표로 한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공장용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일본은 혼다의 아시모, 소프트뱅크의 페퍼 등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령층 돌봄 서비스 등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