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에서 해킹당한 7조원대 비트코인을 회수하려는 시도가 커뮤니티의 반발에 부딪혀 17시간 만에 무산됐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채권자들마저 비트코인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28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마운트곡스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는 최근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코드 변경 제안서(pull request)를 비트코인 코어에 제출했습니다. 제안의 핵심은 2011년 도난당한 뒤 특정 주소에 묶여있는 7만9956 BTC를 되찾기 위해 하드포크(코드 변경을 통한 블록체인 분리)를 진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비트코인은 현재 시세로 약 50억 달러(약 7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카펠레스가 제안한 코드는 60줄 미만으로, 도난 자금이 보관된 주소의 거래를 검증할 때 공개 키 해시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단일 합의 규칙 변경을 담았습니다. 이는 마운트곡스 신탁 관리인이 자금을 회수해 일본 법원이 감독하는 회생 절차에 사용하도록 하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제출된 지 약 17시간 만에 자동으로 종료됐습니다.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카펠레스가 공식적인 비트코인 개선 제안(BIP)이나 개발자 리스트 토론 같은 사전 논의 절차를 건너뛰고 직접 코드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더욱 결정적인 반대 이유는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구제 대상인 마운트곡스 채권자 중 일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을 위해 비트코인 규칙을 바꾸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들은 자금을 돌려받는 것보다 개인 키가 소유권을 보장하는 네트워크의 기본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특정 사건을 위해 합의 규칙을 변경하면 향후 다른 해킹 사건 피해자들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트파이넥스 해킹이나 여러 디파이(DeFi) 해킹 사건 피해자들이 이번 사례를 선례로 삼아 구제를 요청할 경우, 비트코인이 지키려 했던 객관적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과거 2010년 가치 초과 버그나 2013년 체인 분할 사태처럼 네트워크 자체의 기술적 결함을 수정하기 위한 긴급 개입은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습니다. 네트워크는 설계대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제안은 특정 집단을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규칙을 바꾸자는 요구여서 본질적으로 성격이 달랐습니다.
결국 코드 변경 제안은 철회됐고 7조2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은 2011년부터 있던 주소에 계속 동결된 상태로 남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는 어떤 이유로도 코드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코드가 곧 법'이라는 비트코인의 기본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