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레이저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텍사스주 엘패소 공항의 영공이 전면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연방항공청(FAA)과 사전 조율 없이 대드론 레이저를 작동시켰다. 이에 FAA는 지난 수요일 엘패소 영공을 긴급 폐쇄했다. 당초 10일간 제한이 예상됐으나 몇 시간 만에 해제됐다.

정부는 멕시코 마약카르텔의 드론 침입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영공을 폐쇄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FAA가 상업 항공기 인근에서 사용되는 레이저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엘패소 지역의 모든 항공기를 지상에 묶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애리조나에서 "이번 사태는 여러 기관이 참여한 합동 임무였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십여 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여행객들이 혼란을 겪었다.

드론 전문가 브렛 벨리코비치는 "이번 텍사스의 기능 장애는 미국이 중대한 드론 위협에 대처할 준비가 됐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드론 제조업체 Power.us를 설립한 벨리코비치는 "미국인이 다치기 전에 누가 진정으로 책임자인지에 대한 권한을 단순화하고 이들 기관의 자존심 싸움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카르텔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마약을 배달하고 국경순찰대를 감시하기 위해 드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6개월 동안 남부 국경 500m 이내에서 2만7000대 이상의 드론이 탐지됐다.

정부는 올여름 월드컵 경기를 개최하는 11개 주에 드론 위협 대비를 돕기 위해 2억5000만달러(약 364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올해 말에는 국가 드론 방어 강화를 위해 추가로 2억5000만달러가 지원될 예정이다.

국토안보부는 미국에서 170만대 이상의 등록된 드론이 운항 중이며 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공항 주변에서 드론과의 아찔한 순간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대드론 시스템은 무선 신호를 사용해 드론을 교란하거나 강제 착륙시킨다. 하지만 정부는 소식통들이 이번 주 텍사스에서 사용됐다고 전한 레이저 빔이나 고출력 마이크로파 같은 장비도 개발했다. 이들 장비는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다.

일부 시스템은 소형 드론을 배치해 신속히 비행해 위협적인 드론에 충돌시킨다. 총알로 드론을 격추하는 시스템도 있다.

무인항공기시스템국제협회(AUVSI)의 마이클 로빈스 회장은 "이런 대드론 시스템은 미국 전역보다 전쟁터에서 더 흔하다"며 "하지만 정부는 전국의 더 많은 경찰관에게 이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빈스는 "적절한 감독과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책임감 있게 사용된다면 이는 매우 드문 경우에 안전하지 않거나 악의적인 드론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중요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의회는 두 달 전 더 많은 법 집행 기관이 적절한 훈련을 받는 조건으로 불법 드론을 격추할 권한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이전에는 소수의 연방 기관만이 그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엘패소와 같은 상황이 더 발생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