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HBM 시장 탈환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4 초도 물량 인도를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회사는 업계 최고 성능을 만족하며 가장 먼저 고객사 인도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 1c D램(6세대 10나노급)과 4나노(10억분의 1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 적용했다. 최대 초당 11.7기가비트(Gbps) 속도를 구현했으며, 이는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인 8Gbps를 37% 초과하는 수치다. 메모리 대역폭은 초당 최대 3.3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11일 "아주 만족스럽다"며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술력으로 대응했던 삼성의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인 HBM3E(5세대)까지 재설계에 애를 먹으며 HBM 경쟁에 후발주자로 참전했다. 경쟁사 SK하이닉스가 2022년 HBM3 시장을 선점하며 엔비디아의 독점적 공급자가 됐고, 삼성전자는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전의 물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3월 '독한 삼성'을 주문하며 터졌다. 삼성전자는 HBM3E를 재설계하는 동시에 차세대 HBM4의 선제 개발에 역량을 총결집했다. 사실상 HBM3E 경쟁을 건너뛰고 HBM4에서 판을 뒤집겠다는 전략이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막을 내리자 경영 방점을 '기술'에서 '관리'로 옮겼다. 선행기술 연구개발(R&D)은 사실상 멈췄고, HBM 전담 조직도 해산됐다. 대신 원가 절감이 최우선순위가 됐다.

한편 HBM4 시장도 글로벌 메모리 빅3(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무한 경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미국 출장길에 올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들과 인프라 파트너사들은 당사의 제품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앞서는 수준을 넘어 우리가 쌓아온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는 단기간에 초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현지시간) "우리는 이미 HBM4 대량생산에 돌입했으며 고객 출하를 시작했다"며 '엔비디아 공급망 탈락설'을 부인했다. 그는 "HBM 생산능력은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으며 올해 HBM 물량은 이미 전량 판매완료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을 아우르는 유일한 종합반도체기업(IDM)만의 '원스톱 솔루션'을 앞세워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HBM 설계를 잇는 '설계 기술 공동 최적화'(DTCO)를 통해 최고 수준의 품질과 수율을 달성한다는 로드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이익잉여금 402조 원, 장기차입금 23조 원을 비축했다. 내년 1분기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평택 4공장(P4)에 월 10만~12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D램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HBM 월간 생산량은 15만 장에서 25만 장으로 확대되어 경쟁사(SK하이닉스 15만 장·마이크론 5만5000장)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연말 삼성 반도체 선행기술의 산실인 NRD-K를 찾아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며 초격차 경쟁력을 당부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