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0개년 국방 투자 계획이 280억 파운드(약 48조원)에 달하는 자금 부족에 직면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처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재무부와 국방부가 군사력 증강 방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10억 파운드(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헬리콥터 계약을 둘러싼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Leonardo SpA)의 헬리콥터 신규 생산 계약이었다. 존 힐리 예비내각 국방장관은 당초 계약 발표를 위해 공장 방문을 계획했으나, 재무부가 승인을 보류하며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이후 레이첼 리브스 예비내각 재무장관이 갑작스럽게 계획을 승인하며 계약은 성사됐다. 재무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국방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해당 계약의 우선순위를 낮췄기 때문에 자금 지원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힐리 예비장관이 계약 성사를 위해 막후에서 노력해왔으며, 헬리콥터 계약이 투자 계획 초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처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지난해 12월 드러난 280억 파운드 규모의 예산 부족 사태다. 당시 군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고 스펙테이터 매거진은 전했다.
계획 지연은 방산업체들과 동맹국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 방산업체는 일부 프로그램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다른 업체는 영국의 지속적인 수요가 확인될 때까지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스타머 노동당 대표에게 외교적 부담으로도 작용한다. 스타머 대표는 지난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더 빠르고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증액 계획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영국에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으며, 유럽 동맹국들 역시 자주 지출 계획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2035년까지 핵심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27년 이후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한 재무부 관리는 28일 국방 투자 계획 발표가 임박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르면 3월에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꺾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