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주요 국영 방산업체들이 협력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전쟁 수행의 핵심인 군수 산업 공급망이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주요 공업지대인 니즈니노브고로드 지역 산업 협회가 당국에 보낸 내부 문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이 지역 기업들이 받지 못한 미지급금 규모는 1000억 루블(약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협회는 국영 통합조선사, 로스코스모스, 로사톰, 로스텍 등 거대 국영 기업들이 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급 지연은 군수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재정적 압박을 확산시키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운영비 충당을 위해 비축 자금을 소진하거나 20%가 넘는 고금리 상업 대출에 의존하며 수익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문서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올해 하반기 니즈니노브고로드 지역에서만 약 2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체계적으로 중요한 기업으로 간주되는 일부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미 근무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자금난은 지난해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이 약 30% 급증했음에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니즈니노브고로드 지역의 50개 이상 군수 및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암울한 현실을 뒷받침한다. 조사 대상 기업의 약 70%는 2023년 투자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한 민간 기업의 40%는 이익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단행한 고강도 긴축 정책이 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때 21%까지 인상했으며 이로 인해 정부의 저금리 대출 지원이 마르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지역은 핵탄두 생산업체, 폭발물 공급업체, 다수의 야금 기업 등이 있는 러시아의 핵심 산업 중심지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