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압박하면서 중동 지역에 미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 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역내 전쟁 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작년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으로 이란 군사력의 핵심 요소가 타격을 입었지만, 전력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은 아니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바레인 지부의 사샤 브루흐만 방위 분석가는 "실질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영공을 장악한 상태"라며 "문제는 이란의 보복으로부터 역내를 어떻게 방어하느냐"라고 말했다.
작년 6월 13일부터 24일까지 벌어진 전쟁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과 고위 군 관계자를 겨냥한 공습으로 시작됐다. 미국도 미주리주 기지에서 출격한 B-2 스텔스 폭격기로 3곳의 핵 시설을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타격하며 전쟁에 가담했다.
이란은 약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카타르 주둔 미군 기지에 제한적인 미사일 공격을 가했지만 사전에 미국 측에 경고했고,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테헤란과 이스라엘은 모두 휴전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공습과 지상 비밀팀 투입을 통해 이란의 방공망을 크게 무력화했다. 이란은 노후화된 F-14와 MiG-29 전투기가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와 이스라엘 항공기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며, 공군을 투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연이은 공습을 실시할 수 있었고, 미군 B-2 폭격기는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고 어떠한 공격도 받지 않은 채 이란 영공을 빠져나갔다.
브루흐만 분석가는 적대 행위가 재개되면 이 시나리오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쟁이 확대될 경우 이란은 역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거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고, 전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년 6월과 달리 이란 정권이 자신의 생존이 위태롭다고 믿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정권이 몰락 직전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복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12일 전쟁 기간 수백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1000대 이상의 공격용 드론을 사용해 이스라엘 민간인 약 30여명을 숨지게 했으며 수천명을 부상시켰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이자 이스라엘 군·정보기관 전 이란 전문가인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이란이 미사일 능력을 얼마나 재건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 이미지를 통해 제조 재개 시도를 볼 수 있다"며 이스라엘 언론의 정부 유출 정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여전히 상당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고 전했다.
작년 이스라엘의 공습은 가장 즉각적인 위협으로 여겨진 이란의 중·장거리 미사일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테헤란의 이스라엘 위협 능력은 감소했지만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 인근 미군 기지를 단거리 미사일로 타격할 능력은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시트리노비츠는 설명했다.
그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12일 전쟁에서 어떠한 심각한 타격도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의 정확한 능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1000발 이상과 인근 미군 기지나 다른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 수천발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브루흐만 분석가는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발사대 다수를 파괴했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으며, 이란이 그 능력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란군은 약 60만명의 정규군과 엘리트 쿠드스군을 포함한 20만명의 준군사조직 혁명수비대 등 이스라엘을 크게 상회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에도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전투로 각각 전력이 크게 약화돼 가자지구, 레바논, 예멘에서 이란을 지원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 큰 위협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위협할 수 있는 이란 연계 민병대에서 나올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약 17만명의 현역 병력과 40만명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군 규모는 작지만 많은 병력이 역내 분쟁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으며 최신 미국·유럽 장비와 강력한 자체 방위산업도 갖추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해군 자산과 수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비롯한 중동 지역 여러 기지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 기지는 미 중부군사령부의 전진 사령부 역할을 하고 있다.
브루흐만 분석가는 전면전 가능성을 생각할 때 숫자와 능력을 넘어 각 측이 무엇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사상자 제로를 목표로 계획하는 반면, 이란은 정권 생존이 걸려 있다"며 "전혀 다른 수준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