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프랑스제 라팔 다목적 전투기 114대를 도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장비 계약을 승인했다.
인도 국방부는 지난 1월 12일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국방획득위원회에서 라팔 전투기 도입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뉴델리 방문을 며칠 앞두고 이뤄진 결정으로 상업 및 기술적 세부사항 협상에 본격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라팔 도입은 인도가 군 현대화를 위해 계획 중인 약 400억달러(약 57조원) 규모 군사장비 구매 중 가장 큰 규모다.
인도 국방부는 성명에서 "다목적 전투기 조달은 분쟁 전 영역에서 제공권 장악 능력을 향상시키고 장거리 공격 타격으로 인도 공군의 억제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공군은 현재 심각한 전력 공백에 시달리고 있다. 승인된 편제는 각 16~18대로 구성된 42개 전투비행대대이지만 실제로는 약 30개 대대만 운용 중이다. 이는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닐 코슬라 전 인도 공군 부참모장은 "능력 면에서는 정밀타격, 기동성, 고고도 전천후 작전 등에서 크게 발전했지만 규모는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능력과 규모, 차세대 전투기 면에서 앞서가고 있고 파키스탄을 끌어들이고 있어 인도가 힘을 과시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 군사력의 급속한 발전과 중국-파키스탄 밀착이 인도에 도전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라팔 도입이 전력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는 현재 36대의 라팔 전투기를 운용 중이다. 2020년부터 공군에 배치된 이들 전투기는 파키스탄 및 중국 국경 인근 전략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라팔 전투기는 지난해 5월 인도가 '신두르 작전'이라 명명한 파키스탄과의 4일간 분쟁에서 실전 투입됐다. 500km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스칼프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게시 카푸르 인도 공군 부참모장은 지난 2월 11일 기자회견에서 "라팔은 신두르 작전의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코슬라 전 부참모장은 "라팔이 들어오면서 공군의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이 배가됐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이나 중국과의 국경선을 넘지 않고도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어 신두르 작전 계획과 실행이 간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도입 결정은 미국이 F-35 전투기를, 러시아가 Su-57E 기종을 제안한 가운데 이뤄졌다.
뉴델리 옵저버리서치재단의 하르시 판트 부소장은 "어떤 면에서 라팔 선택은 인도의 외교정책과 전략적 우선순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러시아-미국-이스라엘 구도에서 벗어나려는 결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인도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었지만 최근 수십 년간 인도는 프랑스, 미국, 이스라엘에서 장비를 구매하며 수입선을 다변화해왔다.
인도 국방부 성명에 따르면 "조달될 다목적 전투기 대부분이 인도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구체적인 수치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인도 관계자들은 언론에 18대는 완제품으로 인도되고 나머지는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도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 내 생산에는 기술 이전과 인도 무기 및 시스템의 항공기 통합도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인도는 라팔 외에도 미국제 P8I 해상 감시 및 대잠전 항공기 6대의 해군 도입도 승인했다.
인도는 지난해 항공모함 탑재용 라팔-마린 전투기 26대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이들 계약이 모두 성사되면 라팔 전투기는 공군뿐 아니라 해상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판트 부소장은 "인도는 프랑스를 동류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도 서방의 일원임에도 전략적 자율성과 의사결정 유지를 항상 강조해왔기 때문에 프랑스의 세계관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은 러시아제 미그-21 같은 노후 전투기들이 최근 퇴역하고 미그-29와 프랑스제 미라주 2000도 향후 몇 년 내 퇴역 예정인 시점에 협상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잠재적 라팔 계약이 프랑스를 인도의 핵심 국방 파트너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