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잘못된 이민 정책으로 고통받은 한 흑인 이주민이 사망 후 받은 보상금이 그의 딸의 손을 거쳐 문학상으로 재탄생했다.
오리선 프로덕션 설립자인 셰리너 브라운은 22일(현지시간) 아버지 마이런 브라운을 기리기 위해 '윈드러시 영국 카리브계 희곡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영국 내 18세 이상 카리브계 극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1만파운드(약 1750만원)와 런던 아콜라 극장에서의 공연 기회가 주어진다.
브라운의 아버지는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한 '윈드러시 세대'다. 윈드러시 세대는 2차 세계대전 후 영국 재건을 위해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 이주해 온 이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그는 수십 년간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했음에도 영국 정부에 의해 불법 이민자로 잘못 분류되는 '윈드러시 스캔들'의 희생양이 됐다.
브라운은 "아버지가 여권을 갱신하지 못했을 때 느낀 거절감은 그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치매와 뇌졸중을 앓던 아버지를 대신해 윈드러시 보상 제도에 신청했지만, 아버지는 보상금이 지급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보상금을 기다리다 사망한 신청자는 50명이 넘는다.
브라운은 "이 상의 시작은 아버지의 상실과 이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연극계에서 소외된 카리브계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담길 지속적인 길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 미래재단(British Future)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8~24세 소수 민족 청년 중 윈드러시의 역사를 아는 비율은 41%에 그쳤다. 같은 연령대 백인 청년의 인지도는 31%로 더 낮아, 이들의 역사와 기여를 알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