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지진파가 지구 핵까지 도달했다가 지표면으로 되돌아와 일본 열도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 박선영 지구물리학자 연구팀은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15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현상의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대지진 발생 약 16분 후, 일본 전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관측소에서 원인 불명의 동쪽 이동이 동시에 감지됐다. 당시에는 이를 설명할 만한 추가 지진이 없어 이 현상은 수수께끼로 남았다.

이번 연구는 이 현상이 'ScS파'로 알려진 특수 지진파 때문이라고 밝혔다. ScS파는 지진으로 발생한 전단파가 지구의 맨틀을 뚫고 액체 상태인 외핵 경계에서 반사돼 다시 지표면으로 돌아오는 파동이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ScS파는 약 5800km에 달하는 거리를 왕복했으며, 이 과정에 약 15분이 걸렸다. 이는 원인 불명의 지각 이동이 관측된 시간과 일치한다.

연구팀은 핵에서 반사돼 돌아온 지진파의 에너지가 일본 열도 아래의 주요 지각판 경계면을 자극해 거대한 '슬로우 슬립'(느린 미끄러짐)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이 현상은 태평양판과 오호츠크판,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본 국토 일부가 영구적으로 최대 6mm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동 거리는 미미하지만, 국토 전체가 움직인 것은 이례적인 지질학적 사건이다. 연구팀은 이때 방출된 에너지가 규모 7.5의 지진과 맞먹는다고 추정했다.

이 현상이 15년 넘게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지진 관측 시스템이 급격하고 짧은 고주파 진동 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움직임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매우 느리게 진행돼 기존 데이터에 묻혀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된 지각 변동이 약 2900km에 걸쳐 발생해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지진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특정 단층에 집중되는 일반 지진과 달리 여러 지각판 경계에서 동시에 움직임이 일어난 첫 사례다.

이번 발견은 대지진 이후 지구 깊은 곳에서 반사된 에너지가 또 다른 단층 운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지진 위험 평가 방식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