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H5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 온 호주에서 처음으로 의심 사례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호주 당국은 지난 14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케이프 르 그랜드 해변에서 발견된 갈색 도둑갈매기 폐사체에서 H5형 AI 양성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H5N1 바이러스 여부와 감염 경로 등을 파악 중이다.
해당 갈색 도둑갈매기는 남극 인근에 서식하는 철새로, 병에 걸려 무리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키 자비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농업부 장관은 "이 새가 호주 남쪽 해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그동안 남극을 제외하고 H5형 AI가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대륙이었다. 줄리 콜린스 연방 농업부 장관은 "전 세계적인 확산세를 고려할 때 충격적이지만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라며 "상황에 대응하고 관리할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AI 대비책에 1억1300만 호주달러(약 1020억원)를 투입하는 등 감시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호주 고유의 생태계에 미칠 재앙적 영향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생물학 전문가 미셸 윌 박사는 "H5형 AI 바이러스가 새로운 대륙에 도착할 때마다 야생 동물에 재앙이었다"고 지적했다. 호주 침입종 위원회도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H5N1으로 확진되면 토착 조류와 해양 포유류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H5N1 바이러스는 20여 년 전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 가금류와 야생 조류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최근에는 소, 돼지, 물개 등 포유류 감염 사례도 잇따르고 있으며, 드물게 인체 감염도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2024년 3월 이후 17개 주 989개 목장에서 젖소 집단 감염이 확인됐고, 감염된 동물과 접촉한 사람 2명이 사망했다.
다만 현재까지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호주에서는 과거 다른 유형의 AI(H7N3, H7N8 등)가 가금류 농장에서 발생한 적이 있으나, 모두 성공적으로 박멸됐다. 이번 H5형 의심 사례는 호주에서 보고된 첫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