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치명적인 뇌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 '프리온'에서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을 발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팀은 AI를 이용해 프리온 단백질 내부에서 약물 내성균을 죽일 수 있는 펩타이드(아미노산 중합체)를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를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프리온은 광우병이나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희귀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변형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질병의 대명사였던 프리온 단백질에 면역 방어와 관련된 분자적 특징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딥러닝 플랫폼 'APEX 1.1'을 활용해 2897개의 프리온 및 유사 단백질에 포함된 1930만개의 짧은 펩타이드 조각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항균 활성이 예측되는 1179개의 후보 펩타이드를 식별하고 이를 '프리오닌'(prionins)이라고 명명했다.
세자르 데 라 푸엔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AI 덕분에 이 단백질들이 유용한 분자 조각을 암호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며 "그 대답은 '그렇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가장 유망한 펩타이드 75개를 선별해 실험한 결과, 59개가 최소 1개 이상의 병원균을 억제했으며 42개는 낮은 농도에서도 강력한 활성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특히 곰팡이와 회충에서 유래한 가장 유망한 프리오닌 2종을 쥐에 실험한 결과, 치료가 어려운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에 의한 피부 감염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효과는 기존 항생제인 폴리믹신 B와 비슷했으며,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은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퇴행성 신경질환과 인체의 선천적 면역체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