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2017~2018년과 유사한 'MLCC 대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iM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 타이요 유덴, 야교 등 주요 MLCC 업체들은 지난 4~5월부터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판가 인상을 고지했다. 이에 일부 범용품에 대한 선제적인 재고 비축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iM증권은 2017~2018년 당시 범용품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이 전 품목으로 확산됐던 사이클이 반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두 업체들이 고사양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2선 업체로 수요가 몰리는 '스필오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 인상 움직임은 직납(직접납품) 채널로도 번질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선 업체인 대만 왈신은 하반기 중 직납 가격 인상을 타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삼성전기는 MLCC 매출의 80% 이상이 직납 고객이어서 직납가 인상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애플에서 시작된 장기공급계약(LTA) 요청도 AI 빅테크 기업들로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 같은 요청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iM증권은 고객사 입장에서 MLCC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 확보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병목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MLCC 공급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저사양 제품까지 20주 수준으로 길어졌다. 과거 일반 제품은 4주, 고사양은 8주가 걸렸다. 적층기, 소결로 등 핵심 장비의 리드타임도 1.6년까지 늘어났다.

특히 AI 서버용 MLCC는 일반 제품보다 제조 리드타임이 2~3배 길어 생산 확대 자체가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무라타 등 선두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이미 80%대 후반에서 90%대에 달하는 포화 상태다.

AI 서버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탑재되는 MLCC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B200' NVL72 랙에는 약 44만1000개의 MLCC가, 차세대 '루빈 VR200'에는 50만~60만 개가 탑재될 전망이다. 이는 H100 기반 서버 대비 각각 약 21배, 25~30배 많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