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플랫폼이 사용자를 데이터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을 넘어, 행동과 정체성까지 형성하는 '데이터 주체'로 만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미디어 연구원 비에른 베이논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할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베이논 연구원은 구글, 메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를 통해 사용자의 관심을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플랫폼의 유도에 반응해 자신의 삶을 데이터로 전환하면서도, 스스로 행동과 선택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을 '데이터 주체'(data subject)라고 정의했다.

플랫폼은 추천 영상, 뉴스, 광고 등을 통해 끊임없이 '당신은 이런 사람'이라는 알고리즘적 해석을 제시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것이 개인의 정체성과 기회, 정보 습득 방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강압이 아닌 '편리함'의 형태로 작용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스마트폰, 스피커 등 '스마트' 기기들은 사용자가 편리하고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행동을 유도한다.

베이논은 "오늘날 권력은 종종 편리함을 통해 작동한다"며 "가장 효과적인 형태의 영향력은 강요가 아닌 유용한 제안으로 경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간 네덜란드의 한 음모론 커뮤니티와 탈중앙화 소셜미디어 '페디버스' 사용자 커뮤니티를 연구했다. 그 결과 개인에게 맞춰진 정보 환경이 현실 인식을 왜곡하고 세상에 대한 파편화된 이해를 강화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베이논 연구원은 이 문제가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소수 기업이 소유한 플랫폼을 통해 현대 생활 대부분이 이뤄지는 만큼, 기술에 대한 질문은 곧 민주주의, 자율성, 권력에 대한 질문과 직결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