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비활성 상태로 알려졌던 특정 유전자가 사실은 이끼의 자손 수를 제한해 진화적 성공을 이끌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이끼의 유전자 'PpWOX13LC'가 자손 번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식물의 성장과 발달을 조절하는 'WOX' 유전자군에 주목했다. 이끼의 경우 'PpWOX13LA'와 'Pp13WOX13LB'라는 두 유전자가 수정 후 자손 격인 포자체 발달을 도와 번식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또 다른 관련 유전자인 'PpWOX13LC'는 불완전한 형태로 보여 비활성 유전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유전자가 생식기관과 난세포 형성 과정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 해리슨 브리스톨대 생물과학부 교수는 "해당 유전자(PpWOX13LC)를 비활성화하자 이끼가 하나의 생식 줄기에서 더 많은 포자체를 생산했다"며 "이는 이 유전자가 과도한 자손 생성을 막는 브레이크처럼 작동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진화 분석 결과 'PpWOX13LC'는 고대의 유전자 복제 사건에서 비롯됐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과도한 포자체 형성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능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손 수를 제한하는 기능이 이끼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부모 식물이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해 결과적으로 번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조지 그라이프는 "이 단백질이 없으면 식물은 더 작고 약한 쌍둥이나 세쌍둥이를 더 많이 낳게 된다"며 "이는 이끼의 생애 주기와 번식 성공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