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소득 상위 10% 소비자가 연간 최대 8700조원에 달하는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네덜란드 레이던대 공동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서스테이너빌리티'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및 생물다양성 보존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연구팀은 상위 10% 소비자의 소비 활동이 유발하는 환경 피해액이 연간 1조7000억달러(약 2600조원)에서 5조7000억달러(약 870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분석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질소·인 오염, 담수 사용 등 4가지 항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전체 피해액 중 생물다양성 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47~56%로 가장 컸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36~45%로 뒤를 이었다. 이는 기후 위기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문제에도 통합적인 접근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상위 10% 소비자에 속하는 개인당 연평균 피해액은 2300~7500달러(약 350만~1140만원) 수준이었다. 1인당 영향이 가장 큰 미국에서는 이 수치가 1만9000~6만3000달러(약 2900만~960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 상위 10% 소비자 중 60% 이상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 EU 인구의 40~45%가 이 그룹에 포함됐다.
연구팀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이들에게 환경세를 부과할 경우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잉게 슈라이버 레이던대 연구원은 "오염 유발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그 돈이 해결책에 쓰인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폴 베런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상위 10%는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를 줄일 가장 큰 힘을 가졌다"며 "이들은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투자자, 고용주, 유행 선도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9개의 '지구 위험 한계' 중 4개만을 다뤘고, 부유층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투자 관련 배출이 제외돼 실제 피해액은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