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가 과거 수십만 명의 미혼모 아기를 강제 입양시킨 데 대해 공식 사죄했다.

사라 멀럴리 캔터베리 대주교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수십 년간 이어진 강제 입양 관행에 교회가 가담했던 역할에 대해 사과했다.

멀럴리 대주교는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증언을 들었다며 "과거와 현재에 겪은 고통과 수치심, 모멸감에 대한 묘사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들이 느꼈던 수치심은 잘못된 것이었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기독교 공동체의 보살핌 아래 있던 이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깊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과는 성공회가 운영했던 미혼모 보호시설 '엄마와 아기집'(mother and baby homes) 생존자들의 수년간에 걸친 요구 끝에 나왔다.

과거 영국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해, 임신한 미혼 여성들은 이 시설로 보내져 비밀리에 출산해야 했다.

성공회가 이날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949년부터 1976년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약 18만5000명의 아기가 미혼모에게서 강제로 떨어져 입양됐다. 성공회는 이 기간 약 200개의 관련 시설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멀럴리 대주교는 "성공회는 연민과 보살핌보다 비밀과 평판을 중시했던 사회의 일부였고, 그러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고 인정했다.

영국 정부 또한 국가 차원의 사과를 준비 중이다. 브리짓 필립슨 교육부 장관은 전날 의회 위원회에서 "매우 곧"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혼모 시설은 영국 성공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아일랜드에서도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유사 시설에서 학대와 유기, 강제 입양이 만연했던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