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의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버마비단뱀이 포식 활동을 넘어 식물 씨앗을 퍼뜨리는 '배달부' 역할까지 하며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대와 지질조사국(USGS)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동물학 저널'(Journal of Zoology)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버마비단뱀이 과일을 먹는 조류나 포유류를 잡아먹은 뒤, 그 동물의 소화기관에 있던 씨앗을 의도치 않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플로리다 남부에서 포획한 버마비단뱀의 소화기관을 분석한 결과, 양배추야자 등 토종 식물을 포함한 25종의 씨앗이 발견됐다.

씨앗이 뱀의 소화과정을 거쳐 생존할 수 있는지도 실험으로 증명됐다. 연구팀이 양배추야자 씨앗으로 발아 실험을 진행한 결과, 약 40%가 뱀의 소화기관을 통과한 뒤에도 성공적으로 싹을 틔웠다.

이는 버마비단뱀이 토종 식물뿐 아니라 외래 침입 식물까지 새로운 지역에 정착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버마비단뱀은 지난 20년간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너구리, 토끼, 여우 등 토종 포유류 개체 수를 급감시킨 최상위 포식자다.

문제는 사라진 포유류 다수가 본래 생태계 전반에 씨앗을 옮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비단뱀이 이 동물들을 먹어치우면서 의도치 않게 그 역할을 일부 대신하게 된 셈이다.

연구진은 거대 포식자가 기존의 씨앗 운반자를 대체할 경우 생태계에 어떤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연구 저자들은 "외래 침입종은 항상 명백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태계를 재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