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년간 홀로 살아가는 식물로 알려졌던 이끼가 사실은 균류와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 연구팀은 사막 이끼 조직 내부에 균류가 서식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에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끼와 균류의 이런 관계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육상 식물의 85% 이상은 광합성으로 만든 당분을 제공하는 대신, 토양의 영양분을 흡수하도록 돕는 균류와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 1만종에 달하는 이끼는 모두 예외라고 여겨져 왔다.
제이슨 스타이치 UC 리버사이드 미생물학·식물병리학과 교수는 "이끼는 균류가 필요 없다는 것이 기존의 정설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정설을 확인하기 위해 모하비 사막과 소노란 사막의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이끼를 채집했다. 연구실에서 이끼 표본을 분쇄해 내부의 균류 DNA를 분석한 결과, 식물 파트너 없이는 살 수 없는 '균근균'을 발견했다.
특히 사막 이끼 속 균류는 덜 건조한 기후에서 자란 이끼 속 균류와 종류가 달랐다. 연구를 이끈 키안 켈리 연구원은 "특정 균류가 이끼가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생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끼 내부의 균류는 주변 흙에서 발견된 균류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균류가 우연히 오염된 것이 아니라, 이끼와 의도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현미경 관찰을 통해 이끼 세포 안에서 나뭇가지 모양으로 뻗어 나가는 균류 구조를 직접 확인했다. 이는 다른 식물의 뿌리에서 영양분을 교환하기 위해 형성되는 '균근'과 유사한 형태다.
이번 발견이 공식적인 공생 관계로 인정받으려면 이끼와 균류 사이의 영양분 교환이 증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약 4억7000만년 전 식물이 처음으로 육상에 정착한 과정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이끼는 지구 최초의 육상 식물과 가까운 친척 관계다. 이번 발견은 고대 식물이 물 밖으로 나와 척박한 땅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운 협력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연구팀은 이 관계를 규명하면 기후 변화로 위협받는 사막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