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기능이 떨어진 면역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면역 회춘' 치료제의 첫 인체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이 주도하고 생명공학기업 센텔(SenTcell)이 개발한 이 치료법은 올해 말 1상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임상은 나이가 들거나 만성 질환으로 인해 기능이 저하된 T세포의 기능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T세포는 외부 감염이나 암세포에 맞서 싸우는 면역계의 핵심 역할을 한다.

치료제는 백신처럼 근육 주사로 투여되는 액체 형태다. 병든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노화된 면역세포의 대사 경로를 재설정해 젊고 건강한 세포의 특성을 되찾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치료법이 면역 체계의 자체 방어 능력을 복원시켜 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매와 같은 질병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레시오 라나 UCL 의대 교수는 "HIV 감염인들은 치료 발전 덕분에 오래 살 수 있게 됐지만, 많은 이들이 가속화된 면역 노화를 겪는다"며 "이번 임상은 기능이 소진된 면역세포를 안전하게 회춘시킬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면역계의 지휘자'로 불리는 CD4+ T세포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세포는 다른 면역세포들이 감염이나 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의 염색체 끝에는 '텔로미어'라는 보호 구조가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짧아져 생물학적 노화의 지표로 활용된다. 연구진은 회춘된 면역세포가 다른 조직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프로그램은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혁신 라이선스 및 접근 경로(ILAP)'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노화 관련 면역 저하 문제 해결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1상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생물학적 활성을 확인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면역 기능 저하가 확인된 성인들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의 면역 프로파일을 상세히 분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