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 밴쿠버 연안에서 고래 목격이 잦아진 현상이 해양 생태계의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이자 기후변화의 비극을 보여주는 '경고등'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해양수산연구소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간) 밴쿠버 인근 세일리시해에서 범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의 관찰 빈도가 늘어난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범고래와 혹등고래의 증가는 성공적인 해양 포유류 보존 노력의 결실이다. 범고래의 경우, 주 먹이인 물개와 바다사자 개체 수가 1970년대 보호 조치 이후 회복되면서 연중 내내 풍부한 먹잇감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범고래는 연간 250일, 즉 1년의 3분의 2 이상 이 해역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혹등고래 역시 비슷한 사례다. 1900년대 초 상업적 포경으로 이 지역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1960년대 중반 포경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개체 수가 극적으로 회복됐다. 약 100년 만에 조상들이 활동하던 옛 먹이터를 다시 찾아온 셈이다.
반면, 귀신고래의 증가는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분석돼 우려를 낳는다. 귀신고래의 주 서식지이자 먹이터는 북극해 인근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북극의 해빙이 줄면서 이들의 주식인 단각류(작은 갑각류)가 급감했다.
특히 임신한 암컷은 새끼를 낳고 2만km에 달하는 이동 경로를 왕복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한 암컷은 하루 최대 1900kg의 먹이를 섭취해야 한다. 먹이가 부족해진 귀신고래들이 영양실조 상태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평소 잘 찾지 않던 밴쿠버 연안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밴쿠버 해안에서는 굶주림으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귀신고래 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연구를 이끈 앤드루 트라이츠 교수는 "불행히도 앞으로 더 많은 귀신고래의 죽음을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선박 운항 시 고래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속도를 줄이는 등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