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최신 인공지능(AI)이 인간 화학자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로 신약 개발의 난제로 꼽히는 특정 화학 반응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오픈AI는 17일(현지시간) 분자 발견 전문기업 '몰리큘원'(Molecule.one)과 협력해 'GPT-5.4' 기반 AI 화학 시스템이 신약 개발의 핵심인 '찬-람 커플링' 반응의 수율을 크게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수행하며 과학적 발견까지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AI에 '찬-람 커플링 반응을 개선하라'는 개방형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AI는 기존 연구 문헌을 검토한 뒤, 수율이 낮아 특히 까다로운 과제로 알려진 '1차 설폰아마이드' 계열 반응에 주목했다.
AI는 이 반응에 '템포'(TEMPO)와 같은 순한 산화제를 첨가하면 수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인간 화학자들도 놀랄만한 가설을 내놓았다. 이후 몰리큘원의 자동화된 고속 실험 로봇 '마리아'와 연동해 1만건이 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AI가 최적화한 조건에서 반응 수율은 평균 16.6%에서 25.2%로 상승했다. 특히 실용적 기준으로 여겨지는 수율 30%를 넘는 반응 비율은 15.6%에서 37.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팀은 AI의 발견을 검증하기 위해 대표적인 반응들을 사람이 직접 실험실에서 재현했다. 그 결과 14개 중 11개 조합에서 수율이 향상됐으며, 대부분 2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여 AI의 발견이 실제 실험 환경에서도 유효함을 입증했다.
설폰아마이드 구조는 항암제, 항균제 등 다양한 의약품에서 발견되는 핵심 요소다. 이번 발견으로 해당 구조를 포함한 신약 후보 물질을 더 쉽고 안정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돼 신약 개발 전반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AI는 이번 연구가 AI가 가설 생성, 실험 설계, 결과 분석 등 과학 연구의 전 과정에서 인간 과학자의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인간 화학자가 방향을 제시하고 최종 검증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완전 자율'이 아닌 '준자율' 연구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