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뇌 손상과 같은 영구적인 장애나 불치병을 앓는 이들이 정부로부터 장애 상태를 반복적으로 증명하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빈곤 퇴치 자선단체 Z2K는 보고서를 통해 장애 수당 수급자에 대한 불필요한 재심사가 만연해 있으며, 이로 인해 당사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막대한 행정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스티브 미켈리데스(46)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021년부터 개인독립수당(Pip)을 받았지만, 2년 만에 수당이 삭감됐다. 그의 장애는 평생 지속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결정이었다.
미켈리데스씨는 "신의 기적이 없는 한 상태가 나아질 수 없다"며 불필요한 재심사 통보에 대한 좌절감을 토로했다. 그는 법적 다툼 끝에 올해 1월 수당을 다시 받게 됐지만, 1년 반 뒤 또다시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Z2K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50만건 이상의 재심사 중 약 74%는 수당 지급액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심사 업무를 맡은 민간 기업에 정부가 지불하는 돈은 연간 3억5000만파운드(약 6125억원)가 넘는다.
보고서는 평생 지속되는 장애임에도 학습 장애인의 74%, 팔다리 절단 장애인의 86%, 뇌성마비 환자의 62%가 3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단기 수당 지급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Z2K의 새뮤얼 토마스 선임 정책 고문은 "평생 지속되거나 진행성 질환을 앓는 장애인은 10년에 한 번 이상 재심사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노동연금부(DWP)의 지침이지만, 데이터는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DWP 대변인은 "우리는 망가진 복지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수당 검토 기간을 연장해 장애인에 대한 불필요한 압박을 없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진단명 자체보다는 수급자가 얼마나 활동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기 때문에 결과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