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개선 가능성이 없는 영구 장애인에게 반복적으로 노동 능력 재심사를 요구하는 복지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의 빈곤 퇴치 자선단체 Z2K는 1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장애 개선이 어려운 이들에게 불필요한 재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노동연금부(DWP)의 자체 지침에도 위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뇌성마비 환자의 62%, 학습 장애인의 74%, 팔다리 절단 환자의 86%가 3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고정 기간 수당을 받고 있었다.

Z2K는 이러한 불필요한 재심사에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재심사 위탁 비용으로 연간 3억5000만파운드(약 532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진행된 재심사의 약 74%는 수당 지급액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심사 1건당 약 282파운드(약 43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2019년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스티브 미켈리데스(46)씨는 영구 장애 판정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수당이 삭감됐다. 그는 2년 반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올해 1월에야 원래 수당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미켈리데스씨는 "이겼지만 공허하다"며 "1년 반 뒤 또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마리 퀴리 등 자선단체 연합은 시한부나 불치병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재심사를 겪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영국 노동연금부(DWP)는 "잘못된 복지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DWP 대변인은 "장애인에 대한 불필요한 압박을 없애기 위해 수당 재심사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DWP는 신규 청구 건에 대해 최소 3년, 이후에는 5년으로 재심사 주기를 늘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