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특정 영양소의 과다 섭취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식사량을 조절하며, 애벌레에게는 영양 균형이 완벽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꿀벌이 필수 아미노산 균형에 맞춰 섭취량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꽃가루는 꿀벌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식물의 수정을 위한 생식 물질이어서 꿀벌의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영양 균형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영국 내 99종의 꽃가루와 꿀벌 조직의 필수 아미노산 구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꽃가루는 꿀벌에게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공 먹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꿀벌이 자신의 신체 조직과 아미노산 구성이 유사한 먹이를 먹었을 때 더 많은 양을 섭취하고 체중도 더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꿀벌은 특정 아미노산인 '히스티딘'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섭취를 모두 줄였다. 이는 영양 부족을 채우기 위해 무작정 많이 먹기보다, 특정 영양소의 과다 섭취로 인한 독성을 피하려는 소화 후 피드백 과정으로 분석된다.

제럴딘 라이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꽃가루는 꿀벌에게 완벽한 음식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식물의 번식이 주된 목적이라 꿀벌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꿀벌은 이 문제를 해결할 전략을 진화시켰다. 일벌들은 다양한 꽃에서 모은 꽃가루를 벌집에 저장해 '비 브레드'(bee bread)를 만든다. 이후 어린 일벌(nurse bee)들이 이를 먹고 소화시켜 애벌레를 위한 '로열젤리' 등 분비물로 전환한다.

분석 결과, 여러 꽃가루를 섞은 비 브레드는 단일 꽃가루보다 영양 균형이 뛰어났으며, 로열젤리는 꿀벌 애벌레 성장에 최적화된 아미노산 비율을 갖춘 완벽한 식품에 가까웠다.

반면 꿀벌과 달리 꽃가루를 애벌레에게 직접 먹이는 호박벌이나 단독 생활 벌들은 서식지에 피는 꽃의 종류가 제한적일 경우 영양 불균형을 겪을 위험이 더 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단순히 많은 꽃을 심는 것을 넘어, 꿀벌 등 수분 매개자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어 질 좋은 꽃가루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