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백신 회의론'에 기반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연방 판사에 의해 저지된 백신 자문위원회를 재구성하고 보건 당국 내에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자신의 의제를 정부 기관에 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신에 대한 공개적인 공세가 정치적, 법적 역풍에 부딪히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네디 장관 측은 연방 판사가 임명을 보류시킨 백신 자문위원회를 사실상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케네디 장관이 서명한 새 위원회 헌장 사본에는 위원 선정에 대한 장관의 재량권을 넓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에 새로운 '과학실'을 신설하려는 시도도 포착됐다. 이 조직은 케네디 장관과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튜어트 번스 선임고문이 주도하고 있으며, 기존 과학 부서와 별개로 운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국립보건원(NIH)도 이달 초 과학자들에게 백신 부작용 연구 참여를 촉구했다. 연구 주제에는 접종 시기, 장기적인 건강 영향 등 케네디 장관이 오랫동안 재검토를 주장해온 사안들이 포함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주류 과학계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HHS 백신 프로그램을 총괄했던 브루스 겔린은 "백신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이뤄지는 변화는 향후 백신 개발과 사용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 '백신과 자폐증 연관성' 등을 다시 연구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신 개발자인 스탠리 플롯킨 박사는 "연구가 잘 수행된다면 반대하지 않지만, 케네디 장관은 계속해서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HHS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케네디 장관은 최고 수준의 백신 연구를 통해 공중 보건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며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케네디 장관의 이러한 행보 뒤에는 그가 직접 발탁한 인사들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단면역을 옹호해 논란이 됐던 생물통계학자 마틴 쿨도르프를 HHS 최고과학책임자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케네디 장관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연구가 오랫동안 미뤄져 온 것이라며 환영했다. 케네디 장관이 설립한 단체 '어린이 건강 방어'의 메리 홀랜드 대표는 "사람들이 백신에 대해 더 많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