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이나 초기 우주의 중력파 등 미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센서의 핵심 기술이 개발돼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이끄는 공동 연구진 '아이온'(AION)은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두 개의 원자 간섭계를 비교해 실험적 잡음을 상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원자 간섭계는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정밀 측정하는 장비다. 암흑물질이나 중력파 탐지에 유망한 기술로 꼽히지만, 측정에 사용하는 레이저 자체가 탐지하려는 신호보다 훨씬 큰 '위상 잡음'을 일으켜 신호를 완전히 가려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개의 원자 간섭계를 동시에 운용하고 그 측정값을 비교하는 차등 방식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두 장비에 공통으로 잡히는 잡음은 서로 상쇄되고 순수한 신호만 남길 수 있다는 원리다.

연구팀은 실험실에 초저온 상태의 스트론튬-87 원자 구름 두 개를 분리해 배치한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후 의도적으로 막대한 양의 잡음을 추가해 각 간섭계가 개별적으로는 신호를 읽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두 간섭계의 측정 결과를 비교하자 잡음이 사라지고 숨어있던 신호가 뚜렷하게 복원됐다. 연구진은 중력파나 암흑물질이 지나갈 때 발생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미세 진동 신호를 추가했는데, 이 신호 역시 명확하게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리처드 홉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는 "가장 정밀한 장비 중 일부를 용도 변경해 우주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창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공으로 미국 페르미랩의 '매지스'(MAGIS),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아이스'(AICE) 등 차세대 거대 양자센서 구축 프로젝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러한 시설은 기존에 접근할 수 없었던 주파수 대역의 중력파를 탐색하고 새로운 형태의 물질을 찾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