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협해 온 흑사병(페스트)의 기원이 기존 학설보다 수백 년 앞선 5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에스케 빌레슬레우 교수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시베리아 남동부 바이칼 호수 인근 고대 수렵채집인 무덤에서 발굴된 유해 46구의 치아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해 3분의 1 이상에서 흑사병을 유발하는 병원균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의 유전적 파편이 검출됐다. 이는 약 5500년 전 시작된 두 차례의 흑사병 유행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발견은 흑사병균이 설치류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시기를 기존보다 수백 년 앞당겼다. 또한 초기 흑사병균이 치명적이었는지에 대한 학계의 오랜 논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연구는 대규모 전염병이 인류가 농경 생활을 시작하며 동물 및 타인과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시작됐다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도 대규모 질병 유행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당시 사람들이 마멋(marmot)과 같은 설치류를 사냥해 덜 익은 고기를 섭취하거나 가죽을 벗기는 과정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돌보는 과정에서 사람 간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