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면서 핵심 부품인 고성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수요가 폭증해 올 하반기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 가속기 채택을 늘리면서 특정 사양의 고성능 MLC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AMD는 MI450 플랫폼 검증 과정에서 기판당 47μF 0402 MLCC 사용량을 기존 1440개에서 1만544개로 632% 늘렸다.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 역시 100μF 0805 MLCC 탑재량을 320개에서 500개로 확대했다.

올 하반기에는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의 자체 ASIC 플랫폼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MLCC 수요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급은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무라타가 2025년 말, 삼성전기가 2026년 3월에 고사양 MLCC 양산을 시작했으나, 제조 난도가 높아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라타의 신규 이즈모 공장은 2027년에야 완전 가동될 예정이어서 올해 공급난 해소에는 기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급 부족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주요 공급업체들의 수주잔고비율(BB ratio)은 2026년 4월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일부 고용량 제품의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존 8주에서 최대 20주까지 늘어났다.

트렌드포스는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한 CSP들이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정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공급 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업체나 시스템 기업들은 현물 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납품 지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