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세가 꺾여도 당분간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17일 한국은행은 '유가·임금 상승의 물가 파급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합의로 유가 상방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과거 유가 상승의 간접 효과와 IT 부문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5월 소비자물가 상승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 급등이 주된 요인이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한은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볼 때, 유가 충격이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간접효과를 통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며 1년가량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가 정점 이후인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 사이에도 에너지 가격의 간접효과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임금 상승세 역시 주요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1분기 IT 제조업의 명목임금 지수는 138로, 비IT 부문(118)을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임금 오름세는 대기업과 특별급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은은 현재 IT 부문 특별급여 상승세가 이례적인 '99% 분위' 수준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임금 상승 효과가 수출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고서는 높은 수준의 특별급여를 지급하는 사업체가 늘어날 경우,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상방 압력이 유의미하게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평균 수준의 특별급여 지급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한은은 "높은 물가상승률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기업의 가격결정행태를 변화시켜 물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경계감을 가지고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