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 외딴섬 페로 제도의 주민들이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제도에서 온 조상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바이오기업 베리언트 바이오와 페로 제도 국립병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를 통해 페로 제도 주민 40명의 전체 유전체(게놈)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페로 제도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유전체 분석이다. 연구 결과, 현재 페로 제도 주민들은 9세기경 섬에 정착한 초기 이주민 집단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이주민은 이미 스칸디나비아계와 서유럽계 유전자가 섞인 상태였다.

연구팀은 유전체에서 부모 양쪽으로부터 물려받은 동일한 유전자 서열이 길게 이어지는 '동형접합성 구간'(ROH)을 분석했다. 페로 제도인은 다른 유럽인들보다 이 구간이 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역사적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유전적 병목 현상'을 강하게 겪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러한 특징은 고립된 집단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핀란드인보다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한 환경에 적응하며 특정 유전자가 더 널리 퍼지는 '긍정적 선택'의 흔적도 발견됐다. 우유 등 유제품 소화 능력과 관련된 유당분해효소 유전자가 대표적이다. 이는 과거 동물성 지방 위주 식단에서 유제품 섭취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식생활이 변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비타민D 흡수에 관여하는 유전자(SLC10A1)와 DNA 복구 및 암과 관련된 유전자(POLQ)도 긍정적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조량이 적은 고위도 지역 특성상 비타민D 흡수 능력이 생존에 중요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제2형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등 페로 제도에서 유병률이 높은 특정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누미 그레거슨 페로 게놈 프로젝트 관리자는 "향후 유전체 데이터와 신체적 특성을 결합해 자가면역 및 대사 질환의 유전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