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특정 바이러스가 어떤 세균을 감염시키는지 정밀 추적하는 'RNA 바코딩' 기술을 개발해 미생물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미국 라이스대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박테리오파지(세균 감염 바이러스)와 숙주 세균 간의 상호작용을 대규모로 관찰할 수 있는 RNA 기반 바코딩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박테리오파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체로, 세균을 사멸시키거나 유전자를 전달하며 미생물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항생제 대체재나 미생물군집(마이크로바이옴) 공학 도구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기존에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어떤 파지가 어떤 세균과 상호작용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실험실에서 세균을 따로 배양해야 하는 등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파지가 세균에 유전물질을 전달할 때, 해당 세균의 '16S 리보솜 RNA'에 고유한 바코드를 남기도록 설계됐다. 이후 RNA 염기서열 분석만으로 어떤 세균이 파지의 숙주가 되었는지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장내 세균 사이에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P1 파지'에 적용했다. 실험실은 물론 실제 하수처리장 폐수 샘플에서도 기술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특히 폐수 실험에서는 기존에 보고된 적 없는 '아에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 세균이 P1 파지의 새로운 숙주임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숨겨진 파지-숙주 관계를 찾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파지가 세균에 부착할 때 사용하는 단백질 구조인 '꼬리 섬유'를 변형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꼬리 섬유의 미세한 유전적 차이가 파지가 공략하는 숙주 세균의 종류를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로렌 스태들러 라이스대 교수는 "파지의 작은 유전적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세균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유익한 유전자를 전달하거나 유해한 박테리아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등 특정 기능을 가진 파지를 설계하는 데 매우 귀중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