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나비의 한 종류가 노화 과정을 늦추는 독특한 전략을 진화시켜 친척 종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중남미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헬리코니우스 나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나비가 몇 주밖에 살지 못하는 반면, 헬리코니우스 나비는 평균적으로 친척 종보다 약 3배 더 오래 살며 일부는 1년 가까이 생존했다. 가장 긴 수명을 기록한 헬리코니우스 헤윗소니 종은 최대 348일까지 산 반면, 수명이 짧은 친척 종인 디오네 유노는 14일 생존에 그쳐 수명이 최대 25배 차이 났다.

특히 헬리코니우스 헤칼레 종은 나이가 들어도 생리 기능이 거의 저하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이 악력을 통해 신체 능력을 측정한 결과, 이 나비는 노령에도 기능 저하가 뚜렷하지 않았다. 반면 수명이 짧은 드리아스 이울리아 종은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쇠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헬리코니우스 나비의 장수 비결로 꽃가루를 섭취하는 독특한 식습관을 꼽았다. 대부분의 나비는 꽃의 꿀에만 의존하지만, 이들은 꽃가루를 통해 추가적인 영양을 얻는다.

다만 연구팀이 헬리코니우스 헤칼레 종의 식단에서 꽃가루를 제외하고 실험했을 때도, 이들은 여전히 다른 종보다 오래 살았다. 이는 긴 수명이 단순히 영양 섭취뿐만 아니라 진화적으로 획득한 특성임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제시카 폴리 박사는 "헬리코니우스 나비는 수명이 길 뿐 아니라 노화 속도도 느리게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수와 노화 생물학 연구에 매우 유망한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