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후변화로 파괴되는 전 세계 산호초를 지킬 수 있는 '피난처'를 찾아내면서 보존 노력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5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아워 오션 콘퍼런스'에서 AI를 활용한 산호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회보'에 게재되기 위한 동료 심사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65년간 수집된 약 3만8000건의 관측 데이터와 산호초 피난처가 될 수 있는 42개 요소를 AI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세계 72개국에서 기후변화에 잘 견디는 1만5000㎢(5800제곱마일) 이상의 해양 구역을 식별했다.

이는 2018년 발표된 '50개 암초 연구'에서 발견된 것보다 3배나 많은 규모다. 당시 연구는 보존 가능한 산호초 지역을 체계적으로 식별한 첫 시도로 평가받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데이비드 오부라 전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의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산호초의 회복력 연구를 한층 더 발전시킨 연구"라며 "기후 피난처가 과거 산호초 면적의 몇 퍼센트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산호초는 생애 주기 동안 해양 생물종의 약 4분의 1을 양육하고, 수백만 명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어류의 서식지이며, 폭풍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하는 등 중요한 생태계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산호초는 수온 상승으로 생존에 필요한 조류를 잃는 '백화 현상'에 매우 취약하다. 오부라 박사는 "0.1도만 올라도 산호초는 한계에 내몰린다"고 경고했다.

새로 발견된 피난처의 절반 이상은 바하마, 쿠바,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5개국에 집중됐다. 이외 바누아투, 미국령 사모아 등 작은 섬 주변에도 군집해 있었다.

이들 피난처는 온난화 영향으로부터 산호초를 보호할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남획이나 오염 같은 다른 위협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대부분 명목상 보호구역에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이름뿐인 공원'인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는 보존 자금을 피난처 보호, 복원 사업, 온실가스 배출 중단 중 어디에 우선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더욱 촉발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열을 피한 산호(아크로포라 등) 중심에서 벗어나, 열에 저항하고 회복할 수 있는 산호(포리테스, 에키노포라 등)까지 분석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 데이터 분석을 조율한 호주 매쿼리대의 조셉 마이나 부교수는 "지도가 완벽하진 않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낫다"며 "각국 정부가 이를 맹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 전문가들과 함께 우선적으로 살펴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