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실명의 주된 원인인 '신생혈관성 황반변성'이 갑상선암, 신장암 등 일부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병원 안과 정혜원·김형민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에이징'(Aging)에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50세 이상 성인 33만4091명을 최장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분석 대상은 황반변성 환자 8만3742명과 황반변성이 없는 대조군 25만349명으로 구성됐다. 분석 결과, 황반변성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전체적인 암 발병 위험이 소폭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갑상선암, 신장암, 췌장암, 폐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 특정 암에서 위험도 증가가 두드러졌다. 가장 연관성이 높은 암은 갑상선암으로, 황반변성 환자의 발병 위험이 약 24%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으로 '혈관신생' 과정을 주목했다. 황반변성과 여러 암은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을 촉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신호 전달 경로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연구팀은 혈관신생 경로만으로는 연관성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만성적인 염증, 세포 노화, 면역 조절 이상, 산화 스트레스 등 노화와 관련된 복합적인 과정이 두 질환의 공통된 배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황반변성이 단순히 눈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특정 암에 대한 전신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임상적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황반변성 진단만으로 암 검진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위험 증가 폭이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황반변성을 노화 관련 질병 감수성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된 경로를 이해하는 단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