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2700년 전 세워진 거대한 돌기둥(마세바)이 성경에 기록된 히스기야 왕의 종교개혁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교 아브라함 파우스트 교수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예루살렘 고고학 저널'에 유다 저지대의 텔 에톤 유적에서 발견된 입석에 대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텔 에톤의 대형 주거지 '빌딩 101'에서 높이 약 1.4m, 무게 약 750kg에 달하는 숭배 의식용 입석을 발견했다. 이 돌은 초기에는 방 중앙에 세워져 있었으나, 후대에는 눕혀진 채로 석조 단상 구조물의 일부로 사용됐다.
성경은 히스기야 왕이 예루살렘으로 종교 의식을 중앙화하고 지역의 여러 숭배 장소를 없애는 등 대대적인 종교개혁을 단행했다고 기록한다. 수십 년간 학자들은 이 기록이 역사적 사실인지, 후대의 이념적 관점이 반영된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연구팀은 이 돌이 의도적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된 흔적 없이 조심스럽게 눕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당시 종교 관습을 바꾸려던 이들이 기존 숭배물을 파괴하지 않고 존중하면서도 그 종교적 기능은 무력화하려 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파우스트 교수는 "돌의 사용이 중단된 것은 종교적 기능을 없애려는 의도였을 수 있지만, 변화를 실행한 사람들은 대상을 존중하며 다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종교개혁의 증거는 주로 신전이나 공공 제의 시설에서 발견됐지만, 이번 발견은 일반 가정 내에서의 종교적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가정 내 휴대 가능한 제의 물품은 단순히 치워버리면 고고학적 흔적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돌이 눕혀진 시기는 기원전 8세기 말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텔 에톤이 파괴되기 이전으로, 이는 히스기야 왕의 통치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히스기야 개혁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결정적 증거는 아니지만, 같은 시기 다른 고고학적 증거들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당시 유다 왕국 전역에서 공공 및 가정의 종교 관습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