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이 걸리던 암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과정을 단 4시간으로 단축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퍼듀대 암연구소(PICR)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화학 합성, 생물학적 실험, 질량 분석을 하나의 작업 흐름으로 통합한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화학자가 화합물을 합성하면 생물학자가 질병 표적에 대한 효과를 시험하는 등 각 단계가 분리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연구 주 저자인 니콜라스 모라토 PICR 연구 조교수는 "신약 개발은 방대한 화학적 공간에서 올바른 분자를 찾는 확률과의 싸움"이라며 "화합물을 충분히 빨리 만들고 테스트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10여년에 걸쳐 개발한 이 플랫폼은 '탈착 전기분무 이온화 질량분석법'(DESI-MS)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 기술을 통해 극소량의 샘플로도 수만 개의 분자를 신속하게 자동 분석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이용해 기존에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리던 신약 발굴 초기 단계를 약 4시간 만에 완료했다.

또한 수년간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던 특정 항암효소 연구에서 기존 화합물이 예상과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즉시 밝혀내 프로젝트의 방향을 신속하게 수정하기도 했다.

앤드루 메세카 PICR 소장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수만 개의 분자를 신속하게 선별해 유망한 치료 후보물질을 찾을 수 있다"며 "개발 과정에서 1년을 줄일 때마다 환자에게 더 빨리 신약을 제공하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DESI 기술을 발명한 R. 그레이엄 쿡스 퍼듀대 교수는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약점은 느린 속도"라며 "이 플랫폼은 신약 개발의 여러 단계를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AI가 예측한 수많은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실험하고 검증해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라토 조교수는 "AI는 입력하는 데이터의 질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며 "우리 플랫폼은 예측, 테스트, 최적화 주기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