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호초의 대규모 백화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후변화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회복력 산호초'가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생동물보존협회(WCS)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16일(현지시간)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아워 오션 콘퍼런스'에서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산호초가 전 세계적으로 약 16만6000㎢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 동료 심사 과정에 있다.
연구진은 수십 년간 축적된 현장 관찰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저항하는 산호초의 세 가지 유형을 확인했다.
첫째는 차가운 물이 솟아오르는 '용승' 현상 덕분에 수온 상승을 피하는 '회피형' 산호초다. 모잠비크 해안의 산호초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케냐 연안처럼 뜨거운 물에 직접 노출되어도 열을 견뎌내는 '저항형' 산호초다. 연구진은 산호초 내부의 특정 미생물이나 조류가 이런 저항력을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마지막은 심각한 백화 현상을 겪은 뒤에도 다시 회복하는 '회복형'이다. 2016년 사이클론 '윈스턴'이 강타한 피지에서는 4년 뒤 수많은 어린 산호초들이 자라나며 생태계가 회복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회복력을 가진 산호초의 75%가 바하마, 쿠바,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5개국 연안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 공동 저자인 에밀리 달링 WCS 산호보존국장은 "산호초는 종종 구할 수 없는 생태계로 여겨지지만, 이번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한정된 자원으로 산호초 보존 정책을 펴야 하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회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식별해 보호구역 지정이나 산호 복원 사업 등 보존 노력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진은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속적인 해수 온도 상승과 강력한 엘니뇨 현상, 산호 질병 등은 여전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달링 국장은 "백화 현상 사이의 회복 기간이 짧아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자연이 적응하고 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