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심장인 데이터센터가 미국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 건설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건설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사업 규모가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16일(현지시간) 리서치 회사 데이터센터워치(Data Center Watch)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거나 취소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최소 75개에 달한다. 총사업비는 1300억달러(약 198조원)를 웃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 단체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396개였던 반대 단체는 올해 3월 말 기준 833개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49개 주에 걸쳐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켈 빌라 데이터센터워치 수석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반대는 이제 미국 정치의 주요 담론 중 하나가 됐다"며 "특정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는 지역 사회나 이웃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이야기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대 여론은 전력 및 수도 사용량 증가, 환경오염, 소음 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이달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히트맵프로(Heatmap Pro)의 조사 결과, 미국인 10명 중 7명은 거주지 주변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2020년대 말까지 도매 전기 요금이 6~29% 인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환경 및 공중 보건 비용이 연간 250억달러(약 3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반대 여론은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고 초당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민주당은 주로 환경 영향을 문제 삼는 반면, 공화당은 행정의 투명성 부족, 재산 가치 하락, 공공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욕주는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 허가를 1년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약 12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법안이 발의됐다.
주민 반대 외에 노후화된 전력망도 데이터센터 확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JP모건체이스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 전력망 개선에 5조8000억달러가 필요하며, 이 중 1조달러 이상이 미국에 투자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빌라 연구원은 앞으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 시위를 넘어 개발사와 변호사를 고용해 맞서는 법적 다툼으로 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